피크닉 콘서트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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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타임즈 | 2022.08.13 18:55 |

12일 밤 9시 무렵 퇴근을 했다. 아파트 옆에 새로 들어선 공원쪽에서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평소 보다 많은 사람들이 소리나는 쪽으로 오가는 모습도 보였다.

 

소리나는 쪽으로 가보니 공연이 한창이었다.

조명을 받은 가수들은 반주에 맞춰 열창을 했다. 관객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박수를 치며 호응을 했다.

 

성남문화재단이 주최주관 하는 피크닉 콘서트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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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성남문화재단 블로그>
 

3백여명 쯤 되어 보이는 관객들은 반바지와 슬리퍼 차림으로 한여름 밤을 즐기고 있었다.

집 가까이에 소풍 온 것처럼 여유롭게 보였다.

폭우와 폭염 등에 시달린 주민들은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으리라.

 

눈으로는 공연을 보고, 귀로는 노래를 듣고 있었지만, 마음 한편은 휑한 생각이 들었다.

머리 한편에서는 어디선가 접한 수마의 흔적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최근 폭우가 내려 수많은 인명과 재산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수마가 할퀴고 간 흔적은 아직 복구되지 못하고 있다. 가족을 잃고, 집이 침수되고, 가재도구가 유실되고, 농작물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망연자실한 국민이 한둘이 아니다.

 

대통령도, 도지사도, 시장도, 국회의원도, 지방의원도 수해 앞에서는 모처럼 한마음 한뜻으로 수재민을 위로하고, 신속한 복구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똑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다. 민방위복을 입은 사람도 있고, 새마을 모자나 밀짚모자를 쓴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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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성남시 홈페이지>

일부에서는 대통령과 참모들의 수해 대응방식을 놓고 비방성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수해가 발생했는데 퇴근한 것에 대한 옳고 그름의 공방을 비롯해서, 인명피해가 발생한 반지하 주택을 방문하면서 구두차림인 것을 놓고도 정신상태가 틀렸다’, ‘참모 무용론등의 말이 양산되고 있다.

 

수해현장을 찾아 사진타령을 한 한 여당 국회의원의 발언은 국민적 공분을 샀다. 야당은 공세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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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채널A 캡쳐>

이 와중에 연수를 떠난 지방의회는 뭇매를 맞았다. 미리 계획한 연수일 것이고, 의회 구성 초기이니 연수가 필요할 것이고, 예약을 취소하게 되면 패널티를 적용받아 예산을 지출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연수 가서 문제될 행동 했다는 얘기는 아직까지 들리지 않는데, 좌우간 세간의 시선은 곱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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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김동연 경기지사 페이스북>

이런 상황에서 펼쳐지는 공연모습은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편치 않았다. 즐겨 부르는 노래, 익숙한 멜로디가 울렸지만 마음에 와닿지는 않았다.

 

공연 주최 측도 고민을 했으리라. 내가 보거나 듣지 못한 어느 순간에 공연 관계자 측에서 사정을 설명했기를 기대한다.

 

연례적으로 해온 공연인데, 팬데믹으로 인해 중단되었다가 재개한 것이라고... 예기치 못한 수해로 공연 진행 여부를 고민했지만, 어렵게 결정한 것이라고... 출연진 섭외가 그리 단순하지 않으니 이해해 달라고... 아무쪼록 수재민 생각하면서 즐겁게 감상해 잘라고...’

 

관객들은 이번 수해의 직접적 피해자가 아닐 수도 있다.

관객들은 공연을 즐길 자격이 있다.

관객들은 주권자로서 더 많은 혜택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중요한 것은 시기와 방법이다.

 

성남문화재단을 관리감독 하는 위치에 있는 선출직은 응당 수해복구가 한창인 시기에 진행한 이번 공연의 타당성 여부에 대해 심도 깊게 따져 보았기를 기대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해현장에 가서 사진찍기 좋게 비가 내리면 좋겠다고 말한 X과 뭐가 다른가?

 

모쪼록 바라건데,

모든 것을 잃고 망연자실한 수재민을 득표(得票)의 대상으로만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모쪼록 바라건데,

부둥켜 안고 흙탕물 속에 함께 눈물을 떨구는 마음이 있기를 바란다.

 

모쪼록 바라건데,

수해복구 잘 마치고 문화재단의 모든 역량을 끌어모아 공연다운 공연 해주기를 바란다.

 

- 임건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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