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진 성남시장 검소한 취임식 ... 실속 중시하는 시정운영 기대  
‘儉而不陋 華而不侈(검이불루 화이불치)’
수도권타임즈(www.sntimes.kr)   
수도권타임즈 | 2022.07.04 21:08 |

과거 왕정시대에 궁궐은 권력의 상징으로 꼽혔다.

세습권력은 궐 내에서 통치했고, 궐 밖으로 행차하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오늘날처럼 교통과 통신, 미디어가 발달하지 못해 나랏님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펴보기 어려웠다. 그저 궁궐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권력의 위용을 느끼기도 했던 시절이 있었다.

 

초기 조선왕조는 국정안정이 최우선 과제였다.

새로운 국가이념인 성리학에 반하는 역성혁명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왕실의 권위를 확립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 한양천도와 도성설계, 궁궐신축을 진행했다.

여말선초 백성은 백성대로 피폐했지만, 이씨왕조는 왕조대로 왕이 기거하면서 정사를 살필 공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조선의 기초를 다지고, 경복궁을 설계한 정도전은 고민에 빠졌다.

왕조의 권위를 살리면서, 백성에게 원성을 사지 않는 궁궐을 마련해야 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정도전이 내린 결론은 누추하지도, 사치스럽지도 않은 왕의 거처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儉而不陋 華而不侈(검이불루 화이불치)’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

 

세월이 좋아져서 검색을 해보니 정도전은 삼국사기를 쓴 김부식의 백제본기를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온조왕 15년 춘정월에 궁실을 새로 지었는데,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았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았다(十五年 春正月 作新宮室 儉而不陋 華而不侈)’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백제나 조선이나 궁궐이 사치하면 재정을 손상시켜 백성의 반감을 사고, 누추하면 조정에 대한 존엄을 보여줄 수가 없게 된다는 인식에 기반했을 것이다.

 

시대가 흘러 많은 것이 달라졌다.

 

우선 권력이 국민에게로 넘어갔다.

권력은 세습이 아닌, 투표에 의해서 임기 동안에만 부여된다.

 

교통과 통신, 미디어가 발달해, 특히 인터넷의 영향으로 정보가 빠른 속도로 공유된다. 집무공간은 구중궁궐이 아닌, 공공청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대통령이 집무하던 청와대도 지난 5월부터는 국민에게 개방되었다.

 

71일부터 민선8기 지방자치 시대가 시작됐다.

 

군주시대 왕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민선 자치단체장에게도 권한이 부여된다. 법과 제도가 정한 범위 내에서 임기 동안에만 제한적으로 행사할 수 있기에 권한으로 칭한다.

 

과거와 같이 집무공간의 크기나 위용으로 권력을 상징하는 시대도 아니고, 신성불가침한 권력을 휘두르던 시대도 지났다.

 

성남시는 신상진 시장이 취임했다.

 

  ⓒ수도권타임즈



지난 12년 동안 민주당 소속 시장에서 12년 만에 국민의힘 소속시장으로 교체되었다.

4선 국회의원 출신의 정치인이 시장에 취임하는 만큼 취임식 규모와 내용, 참석자들의 면면 등에 많은 사람들이 화려함의 크기에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취임식을 접한 대부분 사람들은 대체로 초라하다는 평을 내놓았다. 민망함을 덮기 위해 검소하더라는 표현으로 에둘러 말한 이도 있었다. 화환도 그다지 많지 않았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신 시장을 아는 사람들은 신 시장 답다고 말한다. 보여지는 모습 보다는, 실속을 중시하는 평소 신 시장의 스타일이 그대로 반영되었다는 것이다.

 

자신을 과시하거나, 능력을 과장되게 표현하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자세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 본다면 신 시장의 스타일은 조선시대, 아니 백제시대에 선인(先人)들이 궁궐을 설계하면서 반영한 검이불루정신과 닮았다. 신 시장의 스타일이 시정운영에도 반영되기를 기대한다. - 임건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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